
유아식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전에는 이것저것 잘 먹던 우리 아이가 어느 날부터는 좋아하는 반찬만 집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밥은 몇 숟갈 먹다가 그만 먹겠다고 하고, 채소는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입맛이 없는 날인가?" 싶었지만 비슷한 모습이 며칠씩 이어지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식사 시간은 점점 길어졌습니다. "한 입만 더 먹자."라는 말을 반복했고, 좋아하는 반찬을 미끼처럼 먼저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새로운 음식은 더 먹지 않으려고 했고, 식사 시간도 점점 부담스러운 분위기가 되어갔습니다.
그러다 식사량보다 아이의 행동을 먼저 보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 음식은 먹고, 저 음식은 거부하는지 천천히 살펴보니 생각보다 단순한 이유가 많았습니다. 익숙한 맛이 편했고, 처음 보는 식감은 낯설었던 것입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식사를 바라보는 제 마음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혹시 우리 아이도 편식이 시작된 것 같아 걱정이라면, 무조건 먹이는 것보다 먼저 아이가 음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만 찾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아이는 어느 날부터 달걀은 잘 먹으면서 브로콜리는 고개를 돌렸습니다. 예전에는 잘 먹던 음식인데 갑자기 거부하니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새로운 식감이 늘어난 시기와 비슷했습니다. 씹는 힘이 발달하면서 음식의 질감도 더 민감하게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부드러운 음식은 편하게 먹지만, 씹는 시간이 길어지는 음식은 입에 넣고도 금방 뱉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먹이기보다 잘 먹는 음식 옆에 새로운 반찬을 아주 조금만 함께 올려봤습니다. 처음에는 만져보기만 했고, 어떤 날은 냄새만 맡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한입 정도는 스스로 먹어보는 날도 생겼습니다.
📌 여기서 잠깐!
새로운 음식을 여러 번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경험입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음식을 바로 먹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낯선 색깔이나 향, 식감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 번 거부했다고 바로 포기하기보다, 부담 없이 식탁에 함께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한 입만 먹어봐"라는 말이 늘어날수록 식사가 힘들어졌습니다
예전에는 우리 아이가 먹지 않으면 저도 모르게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딱 한 입만 먹어보자."
"이것만 먹으면 끝."
처음에는 응원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아이는 숟가락만 봐도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조금 바꿨습니다. 먹으라고 권하기보다 제가 먼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가 관심을 보이면 그때 조용히 접시를 가까이 놓아주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부담이 줄어들자 아이도 음식에 손을 뻗는 날이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편식을 고치는 것보다 식사 시간을 편안하게 만드는 일이 먼저라는 것을요.
식탁 분위기가 바뀌자 아이의 반응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편식을 해결하려면 새로운 반찬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 가장 큰 변화를 만든 것은 메뉴가 아니라 식탁 분위기였습니다.
예전에는 "채소도 먹어야지.", "한 입만 더."라는 말을 식사 내내 반복했습니다. 아이는 점점 식사를 즐기는 것보다 부모의 눈치를 먼저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는 식사 시간에는 먹는 양보다 함께 앉아 있는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잘 먹는 음식은 편안하게 먹게 두고, 새로운 음식은 작은 양만 함께 올려두었습니다. 먹지 않아도 바로 치우지 않았고, 억지로 권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제가 먼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엄마는 오늘 브로콜리가 달달하네."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며칠 뒤 우리 아이는 브로콜리를 집어 들더니 한입 베어 물었습니다. 많이 먹은 것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선택했다는 점이 이전과는 달랐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먹이는 것'보다 '먹어볼 기회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① 한 번 거부한 음식을 바로 식단에서 빼는 것
아이들은 같은 음식을 여러 번 경험하면서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시간이 필요할 뿐, 싫어한다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② 좋아하는 음식만 계속 주는 것
잘 먹는 음식은 자신감을 만들어 주지만, 새로운 음식도 함께 접할 기회는 꾸준히 만들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③ 식사 시간을 설득하는 시간으로 만드는 것
식사가 끝날 때까지 먹으라는 말을 반복하면 아이도 식탁을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 오늘부터 이렇게 해보세요
오늘 식사에는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 하나와 새로운 음식 하나만 함께 올려보세요.
새로운 음식은 많이 먹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만져보고, 냄새를 맡고, 관심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질문
Q. 편식이 시작되면 바로 교정해야 하나요?
갑자기 먹는 음식의 종류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장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특정 음식만 선호하는 시기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Q. 새로운 음식을 몇 번 정도 다시 시도해 보는 것이 좋을까요?
정해진 횟수는 없지만, 한 번 거부했다고 포기하기보다 부담 없이 여러 번 식탁에 올려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 잘 먹지 않는데 간식을 줄여야 할까요?
간식이 식사에 영향을 줄 정도로 많다면 식사 간격을 다시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무조건 줄이기보다 규칙적인 식사 리듬을 만드는 데 먼저 집중해 보세요.
이 글을 마무리하며
편식이 시작되면 부모는 '영양이 부족하지 않을까?'라는 걱정부터 하게 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가 새로운 음식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느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예전처럼 한 끼 식사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냄새만 맡아도 괜찮고, 내일은 한입만 먹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부담을 내려놓으니 우리 아이도 식탁을 조금씩 편안한 공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오늘도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만 먹었다고 속상하셨다면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편식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억지로 먹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새로운 음식을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저는 느꼈습니다.
오늘 우리 아이가 새로운 음식을 먹지 않았더라도 괜찮습니다. 관심을 갖고 한 번 바라본 그 순간도, 다음 한입을 위한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