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를 키우다 보면 돌 전후로 유난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언어 발달입니다.
언제쯤 "엄마"라고 부를까, 또래 아이들은 벌써 몇 마디씩 한다는데 우리 아이는 괜찮은 걸까 하는 걱정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아이가 돌이 가까워질 무렵부터 말에 관심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육아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엄마", "맘마", "물" 같은 단어를 벌써 말한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괜히 우리 아이와 비교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낱말 카드도 보여주고 그림책도 열심히 읽어주며 단어를 알려주려고 했습니다.
"이건 사과야."
"사과 해볼까?"
"자동차야."
하고 반복해서 말해주곤 했는데 생각보다 아이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가 집안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걸 때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주방에서 이유식을 준비할 때도
"엄마가 숟가락을 꺼내고 있어."
"따뜻한 죽을 그릇에 담고 있네."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처럼 혼잣말하듯 이야기하면 아이가 가만히 저를 바라보며 듣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별생각 없이 했던 말이었는데, 나중에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이런 방식의 상호작용이 아이의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말을 하기 전부터 이미 많은 것을 듣고 있습니다.
부모가 "기저귀 가져오자"라고 하면 기저귀 쪽을 바라보고, "공 가져와 볼까?"라고 하면 공을 찾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아직 입으로 표현하지 못할 뿐이지 머릿속에는 수많은 단어와 상황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돌 전후 시기에는 말을 시키는 것보다 말을 많이 들려주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제가 특히 좋다고 느꼈던 방법은 아이가 하고 있는 행동을 그대로 말로 표현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자동차를 굴리고 있으면
"자동차가 붕붕 달려가네."
"빨간 자동차가 빠르다."
라고 말해주고,
블록을 쌓다가 무너지면
"우와, 블록이 쿵 하고 무너졌네."
라고 반응해 주었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아이는 자신이 보고 있는 장면과 부모의 말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게 됩니다.
특히 의성어와 의태어를 많이 사용했을 때 반응이 좋았습니다.
"데굴데굴"
"붕붕"
"꿀꺽꿀꺽"
같은 표현은 아이도 재미있어하고 기억하기 쉬워 보였습니다.
반대로 제가 가장 많이 했던 실수도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부모들이 비슷할 텐데요.
"이게 뭐야?"
"말해봐."
라는 말을 너무 자주 했던 것입니다.
아이에게 단어를 알려주겠다는 마음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대화라기보다 작은 시험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너무 빨리 알아차렸던 것입니다.
아이가 물을 가리키면 바로 가져다주고, 장난감을 가리키면 곧바로 건네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천천히 반응하면서
"물이 마시고 싶었구나."
"시원한 물 줄게."
라고 말해주면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과 단어를 함께 연결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집 언어 자극 체크리스트
아래 항목 중 몇 개나 해당되는지 가볍게 체크해 보세요.
[ ] 아이 이름을 자주 불러주고 있다.
[ ] 아이가 보고 있는 것을 말로 표현해 주고 있다.
[ ] 식사 시간에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 ] 의성어와 의태어를 자주 사용한다.
[ ] "말해봐"보다 "엄마가 알려줄게"를 더 많이 사용한다.
[ ] 아이의 옹알이에 반응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 ] 산책 중에도 주변 사물을 설명해 준다.
[ ] 스마트폰보다 아이와 눈 맞추는 시간을 우선한다.
하루에 한두 가지만 꾸준히 해도 아이에게는 좋은 언어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만 1세 전후 올바른 대화법 전환 요약 표
상황 및 아기의 행동잘못된 대처 (주입식/제한적)올바른 대처 (1인칭 상호작용)기대할 수 있는 점
| 손가락으로 곰 인형을 가리킬 때 | "이거 곰 인형이야. 곰! 따라 해봐." | "우와, 털이 보들보들한 갈색 곰 인형이 여기 있네!" | 사물과 단어를 자연스럽게 연결 |
| 블록을 쌓다가 무너뜨렸을 때 | 블록을 즉시 다시 쌓아줌 | "블록이 아래로 쿵 무너졌네!" | 인과관계 이해 도움 |
| "물" 한 단어만 말할 때 | "물? 컵에 줄까?" | "시원한 물이 마시고 싶구나." | 문장 이해 확장 |
| 자동차를 굴릴 때 | 별다른 반응 없음 | "자동차가 붕붕 달려가네." | 단어와 행동 연결 |
| 공을 던질 때 | "던지지 마." | "공이 슝 날아갔네!" | 놀이 속 언어 경험 증가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돌이 지났는데 단어를 거의 말하지 않아요. 괜찮을까요?
아이마다 발달 속도는 다릅니다. 단어 수보다 부모의 말을 이해하고 반응하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Q2. 또래보다 말이 늦은 것 같아 걱정됩니다.
비교보다는 아이의 변화를 꾸준히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부모의 말에 거의 반응하지 않거나 의사소통 시도가 매우 적다면 전문가 상담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Q3. 영상이나 사운드북을 많이 들려주면 도움이 될까요?
일방적인 영상 시청보다 부모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시간이 언어 발달에는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4. 베이비 사인을 사용하면 말이 늦어지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손짓도 중요한 의사소통 방법이며 이후 언어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Q5. 하루에 얼마나 말을 걸어줘야 할까요?
정해진 횟수보다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대화입니다. 식사 시간이나 놀이 시간, 산책 시간 등 일상 속에서 꾸준히 말을 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저 역시 아이가 언제 말을 시작할지 걱정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단어를 외우게 했느냐보다, 얼마나 자주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눴느냐였던 것 같습니다.
육아를 하다 보면 무언가 특별한 교육을 해야 할 것 같고, 더 좋은 교구를 찾아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꼭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교육보다 부모와 함께하는 일상 속 대화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아이와 함께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평범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그 순간마다 아이가 보고 있는 것을 함께 바라보고 한마디씩 이야기해 보세요.
"자동차가 지나가네."
"물이 시원하구나."
"우리 ○○가 블록을 높이 쌓았네."
그런 작은 대화들이 쌓여 아이만의 언어가 되고, 부모와 아이를 더욱 가깝게 이어주는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습니다.